“투자는 생각보다 쉽다.”
2022년 겨울, 만 스물셋의 김도형 대표는 그렇게 믿었다.
씨엔티테크 사무실에서 치른 첫 IR이 너무도 빠르게 끝났기 때문이다.
전화성 대표는 새벽 유튜브 라이브를 막 마친 얼굴로 김 대표의 덱을 훑더니,
“그럼 투자하죠. 팁스도 곧 준비해 보세요”라고 가볍게 말했다.
행운은 쉽게 얻었지만, 곧 두 번째 라운드 앞에서 그 믿음은 무너졌다.
투자를 결정짓는 건 우연이 아니라 구조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233’이라는 숫자에 서늘해지다
올봄, 전화성 대표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지금까지 팁스 매칭에 성공한 팀이 233곳을 넘었어요.
합격과 탈락 전 과정을 로그로 남겼으니, 책으로 묶어 보려고 합니다.”
문자 그대로 233개의 살아 있는 케이스 스터디.
스타트업북스는 해외 실전서를 주로 소개해 왔지만,
이 데이터라면 한국 창업자에게 당장 필요한 매뉴얼이 되리라 확신했다.
조건은 둘뿐이었다.
하나는 4월 안에 책을 내서 올해 TIPS 지원생들이 볼 수 있게 할 것,
다른 하나는 숫자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장 복사해 붙일 수 있는 도구로 만들 것.
편집실에 불이 꺼지지 않았던 30일
마감까지 남은 시간은 정확히 31일.
편집실은 매일 새벽 세 시, 페이지 교정을 마지막으로 마무리했다.
다음 날 오전 열 시면 작가와 전화를 연결해
심사위원이 묻는 핵심이 어디에서 갈리는지 주석을 달았다.
가장 공을 들인 페이지는 기술·시장·팀 자가진단표다.
세 영역을 ○·△·× 세 칸으로 표시하면 15분 만에 IR 덱의 논리 구멍이 드러난다.
표 하나에 담긴 이 ‘15분 점검 도구’가 없었다면
233개의 로그는 단순한 숫자에 머물렀을 것이다.
책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오늘
4월 29일 새벽, 내일이면 인쇄가 마무리된다.
5월 1일은 공휴일이라 하루 쉬고, 5월 2일(금) 전국 오프라인 서점 매대에 깔린다.
온라인 서점(교보문고·예스24·알라딘)에선 지금도 예약구매가 가능하다.
편집실이 믿는 한 가지
최근 스타트업 업계엔 여러 논란이 우르르 쏟아진다.
어떤 이름은, 실상을 모른 채 ‘이때다’ 싶어 욕부터 먹는다.
전화성 대표 역시 냉정히 말해 업계 인기쟁이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본 그는 누구보다 창업가들을 키우는 데 진심인 사람이었다.
대학 시절부터 스스로 창업했고, 지금도 새벽 라이브를 마치고
하루에 여덟 팀 IR을 소화하는 체력을 유지하려고
“지치지 않으려고 운동 강도를 더 올렸다”고 웃는다.
그 말을 듣고 나 역시 한 번 더 반성했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이 책이 필요한 사람과 필요하지 않은 사람
《팁스 233》은 솔직히 모두에게 유용한 책은 아니다.
투자 유치에 관심 없거나 자생 매출이 이미 탄탄한 팀에겐 두꺼운 참고문헌일 뿐이다.
그러나 투자 유치를 준비 중이거나, 특히 TIPS를 목표로 달리는 팀이라면
이 책 한 권이 “합격·불합격을 가른 문장”을 바로 보여 줄 것이다.
루닛, 리멤버, 뤼이드, 콴다, 삼쩜삼, 캐시노트, AB180, 클래스101, 아드리엘, 주주, 클라썸…
그리고 다음은 당신이다.
맺으며
투자와 정부 매칭 자금은 스타트업에게 총알이 된다.
그러나 총알이 총을 떠난 순간부터는 방향이 중요하다.
《팁스 233》이 정리한 233개의 합격·탈락 로그는
창업자가 방아쇠를 당기기 전, 총구를 정확히 조준할 수 있도록 돕는 지침서다.
“서류를 열기 전에, 우리 팀 자료를 이 로그와 겹쳐 보라.
비어 있는 칸이 보이면 그 자리부터 채우라.
합격률은 결국 빈칸을 얼마나 빨리 지우느냐로 갈린다.”